김내성의 장편 추리소설.
세계범죄사(世界犯罪史)는 193×년 3월 15일을 꿈에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실로 야수(野獸)와 같이 잔인하고도 한편 신기루(蜃氣樓)처럼 신비롭고 마도(魔都)의 일루미네이션처럼 호화로운 이 죄악의 실마리는 그날 밤 - 저 세계적 무용가 공작부인(孔雀夫人)의 생일날 밤부터 시작되었다.
공작부인이 세계적으로 진출하여 구미 각국에서 자기의 예술과 더불어 조선이라는 이름을 선양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온 것은 바로 작년 늦은 가을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그의 이름이 주은몽(朱恩夢)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듯 그를 공작부인이라고 불렀고, 그 역시 그렇게 불리는 것을 그리 불명예스럽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