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룡이 14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가난하여 상여도 없이 빚을 내어 쓸쓸히 장례를 치른다. 그 후 화룡과 어머니는 극도의 근검절약으로 가난을 겨우 벗어난다. 그러다 화룡의 어머니가 병이 든다. 앓아누워서도 눈이 오기를 고대한다. 눈이 내려야 보리농사가 잘 되기 때문이다.
…… 눈이나 좀 왔으면 좋으련마는, 쪽빛 하늘서 바람만 쌀쌀 내려치는 강추위였다. 화톳불을 놓기는 놓았다지만, 이 산 저 산에서 남의 참나무 솔나무 함부로 쳐 올 수도 없는 노릇, 때다 남은 고주박이, 울타리 밑둥, 구차한 불가에 잠깐 서성거리던 마을 사람들은 갔다 다시 올 리 없었다. ……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