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흉한 인심이 안개와 어우러져 있는 서울.
시골에 흉년이 들자 관중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 안개 낀 거리를 걷는다. 그를 유혹하는 사기꾼. 우연히 만난 고향 친구. 사기꾼은 어리석은 사람들의 돈을 노리고, 갈 곳 없는 고향 친구들 만나도 인사치례만 하고 그냥 보내는 서울의 인심은 너무나도 흉흉하다.
…… 그는 담뱃불을 붙이고 있는 사나이의 얼굴을 잠깐 살펴보았다. 윗수염을 기르기는 하였으나, 살결로 보든지 주름살로 보든지, 자기와 같이 삼십은 넘었어도 마흔은 아직 못 되어 보였다. 이 사나이가 앞에서 오지 않은 것은 분명히 알았지만 어디서부터 자기를 따라온 것인지, 중간 옆 골목에서 갑자기 퉁기친 것인지, 그것은 그로서 판단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애써 판단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