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학부인 전문학교까지 나온 혜경은 신랑감을 구하기 위하여 서울로 올라왔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 이리 저리 견주고 비교를 해도 도무지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차마 서울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나고 우울할 뿐이다.
…… 사내 살이 검으면 대수냐. 파 뿌리는 탐스럽기나 하지만, 사내 얼굴 백지 같은 게 뭣이 좋드란 말이냐. 살 없고 흰 것보단, 검은 것이 오히려 낫지 않은가. 최고 학부를 나왔다니, 아모리 걸먹었기로, 먹은 것이 있기에 내논 것이 있잖나. 내논 것이 있기에 졸업장을 준 것이 아니랴. 월사금만 주면 졸업장 준단 말은 중상도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옆에서 벼락을 친대도, 눈 한 번 끔적 않을 듯한 차진 태도를 보아라, 사람이 공부가 없고야 그럴 수가 있는가. 어떻게 보면 매몰스럽다고도 하겠지. 깐에 지나치게 깐깐스럽다고도 하겠지. 앙뚱한 고집쟁이, 제 생각 저대로 제 머리만 박박 파는 좀사내라고 할 수도 있겠지. ……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