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剝製)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銀貨)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횟배(*회충으로 인해 앓는 배) 앓는 뱃속으로 스미면 머릿속에 으레 백지가 준비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패러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가증할 상식의 병(病) 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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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이상(李箱)
(1910~1937) ●● 시인, 소설가. 원래는 고등 공업학교(지금의 공대) 출신의 건축 기사였지만 1930년대 초부터 초현실주의 계열의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이 되었다. 박태원, 김기림, 김유정과 더불어 모더니즘 문학 운동 단체인 구인회의 핵심 회원이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날개] [종생기] 등을 비롯한 소설과 다수의 시, 수필 등을 창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