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겸 시집. 어느날 밤 꿈 같은 영화 한 장면, 아니 영화 같은 꿈 한 장면으로 이 시집은 시작된다. 김백겸 그가 삶의 간고함 앞에 꺾이고 괴로워하는 표정을 여러 시에서 솔직히 시인했음은 헛된 몸짓과 과장된 표정으로 속이려는 것보다 훨씬 좋지만 시인이 모름지기 인생의 교사였다는 저 낭만주의 시대의 교훈을 들먹이지 않는다 하여도 담당해야 할 최소한의 몫은 있는 법이다. 누구나 괴로운 시대에서 그 괴로움으로 몸을 떨건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나아가 극복된 경지를 보여주고자 함은 여느 사람이 아닌 시인에게 주어진 책무가 아니었던가. 정녕 그는 이 같은 책무에 충실하려 애써왔다. - 시인 고운기, '삶의 질서, 꿈의 깊이'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