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화 제4시집.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랑한다. 나에게 있어 여행이란, 내 안에 있는 모든 창을 열고 물상을 받아들이는 여정이다. 그러므로 짐을 꾸려 차를 타거나 비행기를 타고 경외로운 풍경을 보기 위해 떠나는 보통의 여행이 아니다. 방안에 앉아 있어도 사색이 가닿는 항구가 여행지이고, 새로움을 주는 느낌과 해석이 여행 풍경이다. 방밖을 나서면서 만나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사람의 몸짓 하나가 나의 여행을 만드는 만화경들이다. 나의 시는 이러한 여행의 산물이다. 가깝거나 멀거나 상관없이, 귀하거나 귀하지 않거나 관계없이 내 안에 들어와 나의 경치가 되면 이를 적어 시로 만든다. 이러한 시들이 모여서 네 번째 시집이 만들어졌다. 시들을 나누어 정리하려고 가만히 들여다보니 여행에서 나를 이끈 그들의 모습이 먼저 그려졌다. 무생물, 식물, 동물, 인간으로 시편들을 나누었다. 앞의 무생물, 식물, 동물도 인간과 관련하여 시상을 전개했으나 처음 형상을 중시하여 분류하고 다시 바라보니 분류의 무리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경계의 구분에는 경계를 낼 수 없는 사각지대가 늘 펼쳐지니까 하며 위안했다. - 후기 '물상에로의 여정'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