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해설 지도의 암실 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상문학의 발아점으로 간주되기에 손색이 엇다. 우선 독자의 기대지평을 훌쩍 넘어서는 이상문학 특유의 난해성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구문론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문장을 구사하고 정상적 문법을 교란하며 근원적 차원에서 기존의 문법체계에 이의를 제기한다. 또 지나친 비약을 내장한 비유는 기표와 기의 사이에 일대일 대응관계를 허물어뜨림으로써 해석의 다의성을 낳는다. 그것은 기존의 문학적 관례와 담련의 질서에 위배되는 특이하고 이질적인 서사의 구성방식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지도의 암실 은 색다른 서사적 배치와 수사를 통해 이전에 없던 독특한 인식과 표상을 창출하는 헤테로토피아적 성격을 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