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은 우리나라에 영원히 기억될 해다.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한 해이기 때문이다. 세계, 아시아에서마저 최빈국에 속했던 대한민국이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한 년도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가능하면 배제하려 했다. 다만, 그 당시(1977년)나 지금이나 우리가 잊으면 안 되는 사실들을 사람들이 기억했으면 한다. 우리나라가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하며 세계 모든 나라들이 놀랄 정도로 경제성장을 하는 데 기여한 이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먼저 육이오 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낸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들이 있고, 이름만 알고 있던 독일이란 나라에 광부, 간호사로 나가 외화벌이를 한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가 있다. 또 정치와 국제정세의 역학적 관계와 상관없이 자신이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가족에게, 국가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사실만으로 잘 알지도 못 하던 월남(베트남)이라는 나라 전장에 뛰어 든 이들이 있었다.이들의 공통점은 한가지다. 애국자. 이 한마디로 이들의 삶을 대변하고 싶다. 1977년 우리나라가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하고 가파르게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이분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우리는 영원히, 정말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건재한 동안에는 영원히 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있었다. 그들은 위에 말한 애국자도 아니고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된 인물들도 아니다. 그들은 화전민이다. 자신의 땅이 없어 국유림에 화전을 일구어 생활한, 어쩌면 자연파괴자들이다. 1960, 70년대 시절, 우리나라 농사의 10~20%를 차지하던 사람들이 바로 화전민이다. 적지 않은 인구다. 하지만 그들은 자연스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갔다. 자연보호, 산림녹화를 우선시 한 국가정책에 의해 그들은 더 이상 화전을 경작할 수 없게 되었다. 당연히 화전민들은 삶을 위해 화전촌을 떠나 이주해야 했다.자신들의 터전에서 내몰린 그들의 삶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말하자는 게 아니다. 알 수도 없다. 다만, 그런 사람들도 있었다는 말을 하고 싶다.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을 말하고 싶다. 도회지 사람들의 삶이 있고 농촌 사람들의 삶이 있다. 그들의 삶은 그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러나 화전민들의 삶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들은 소수이고, 약자고, 내세울 게 없는, 어쩌면 무단점거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화전민이 된 과정에는 각자 이유와 말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산골에 들어가 화전을 일구며 살 이유가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 말을 하고 싶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오 학년인 소년과, 고시 출신 군청 고위 공무원이다. 소년의 아버지는 육이오 참전 상이군인이고, 그 때의 상흔에 늘 괴로워 하다가 화전촌에 정착을 하려고 했다. 국가를 위해 헌신했고, 훈장까지 받은 소년의 아버지가 화전민이 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애국자가 국유림 무단 점거자가 된 이유가 무었일까 하는 말이다. 그 과정에는 사람들이 알지 못 하는 이유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성공한 젊은 공무원은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다. 1976년에 행정적으로 끝난(사실은 더 오래 걸렸지만) 화전금지와 산림녹화 계획을 직접 확인하려고 화전촌을 일일이 방문한다. 의욕이 넘치고 자신의 임무에 조금의 회의나, 후회는 없다. 산골 마을 소년을 만나기 전까지는 없었다. 그만큼 자연보호와 산림녹화는 국가적으로 너무나 중요한 정책이고, 후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다. 두 사람이 만났다. 화전촌을 떠나야 하는 소년과, 그들을 내보내야 하는 젊은 공무원. 둘의 조금은 이상하고 어색한 동행이 시작된다. 이십 리 길을 동행하는 도중, 그리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둘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함께 걸어 온 이십 리 길. 그 후 헤어져서 혼자 돌아가는 젊은 공무원의 이십 리 길. 진정한 동행은 어떤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