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소개
환란의 중심에서 민초의 반격이 들불처럼 번진다.
첫 승전보 옥포해전부터 위대한 전투 행주대첩까지
명재상 류성룡, 조선의 진짜 주인을 그려내다!
백성을 버린 선조와 야심을 드러낸 광해,
조선 땅을 나눠 갖으려는 야욕에 찬 명과 왜!
조선이 일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1권과 달리 《징비록》 2권은 광해가 이끄는 분조, 권율과 이순신이 쟁취한 승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일어난 의병의 활약을 통해 반격의 통쾌함을 생생하게 전한다. 명과 조선의 국경 지대인 압록강변 의주로 파천한 선조는 조정을 둘로 나누고 요동으로 도망치려 한다. 분조를 맡아 전란의 중심부로 파고들어 민심을 얻은 광해는 눈치 보지 않고 제 뜻대로 나라를 이끌고 싶다는 야심을 드러낸다. 아들을 견제하는 선조와 아버지를 넘어서려는 광해의 대립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조선의 요청으로 출병한 명의 군사는 오히려 조선 민중의 삶을 더 피폐하게 하고, 나아가 명나라 사신 심유경과 일본 장군 소서행장(고니시 유키나카)은 대동강을 기준으로 조선 땅을 위아래로 나눠 갖는 협상까지 벌인다. 조선, 명, 일본의 치열한 삼파전 속에서 이순신이 학익진이라는 전략으로 승리를 이끌어낸 한산도대첩, 신무기 시한폭탄 비격진천뢰가 활약한 경주성 전투, 관군과 의병이 힘을 모아 전라도의 길목인 진주성을 사수한 진주대첩 등 소설 《징비록》 2권은 조선을 참담함에서 구하고 풍신수길을 패전으로 몰아가는 수많은 승리를 드라마틱하게 그린다. 행주대첩에서 승리해 1년 만에 되찾은 한성! 그러나 류성룡은 지옥처럼 변해버린 도성의 모습에 깊은 좌절에 빠진다. 류성룡은 과연 어떻게 외세를 조선 땅에서 완전히 몰아내고 또 상처 입은 백성을 보듬을 수 있을 것인가.
지키는 자가 주인이다 ― 조선의 진짜 주인, 민초의 반격
버림 받은 땅에서 민초는 살아남기 위해 짐승이 된다. 선조가 한성과 백성을 버리고 피란하자 백성은 궁을 불태우고, 선대왕의 신주를 짓밟고, 관아의 군량미를 훔친다. 그러나 버림 받은 이 땅의 주인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민초는 ‘아무 곳에도 속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일어선 의로운 병사’ 의병이 돼 목숨을 바쳐 왜적에 대항한다. 또한 류성룡 같은 자신의 고통을 아는 지도자의 지휘 아래 5000명 명군의 군량미를 조달하는 과업을 수행한다. 곡창지대 전라도를 빼앗으려는 일본과 사수하려는 조선의 대립 속에서 관군 김시민과 의병장 곽재우가 합심해 조선군 4000명으로 왜군 2만 명을 물리친 진주대첩은 조선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그 얼굴과 목소리를 적나라하고 진정성 있게 담아낸다. 역사소설 《징비록》은 권력은 취하되 책임은 지지 않는 2015년 한국의 권력층에게 진짜 주인의 자격을 갖추라는 주제를 날카롭게 던진다.
◎ 도서 소개
덤불과 바위, 소나무 뒤에서 흰옷을 입은 의병 수십 명이 번개처럼 달려와 왜적들을 베기 시작했다. 이 일대에 조선군은 없다고 안심하며 쉬던 차여서 왜적들은 변변히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볏단처럼 쓰러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왜군 한 명이 허겁지겁 조총을 겨누었다. 그 떨리는 눈동자에 온통 붉은 옷을 입은 남자가 말 위에서 지휘하는 모습이 비쳤다. 왜군은 두려워하면서도 저자가 분명 대장이라 생각했다. 심지에 불을 붙이려는 순간 피융,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날아와 등에 콱 박혔다. 눈을 부릅뜬 채 숨을 거두며 ‘저 흰옷 입은 백성들로 인해 조선 침략은 헛된 꿈이 될 것이로다’ 생각했다.
― 15~16쪽
“이 사람, 벼슬이라고는 닭 벼슬도 해보지 못한 의령 사람 곽재우요! 비록 나라의 녹을 받은 적은 없지만, 우리의 조상과 우리의 탯줄이 묻힌 이 산천이 왜적들에게 유린당하는 참상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어 붓 대신 칼을 들고 일어났소이다! 의기 있는 조선의 장정들은 들으시오. 왕실과 조정이 비록 왜적을 피해 북으로 몽진하였다고는 하나, 우리마저 손을 놓고 산속으로 숨어든다면 고향 산천은 왜적들의 땅이 되고 말 것이며, 우리의 자식들 또한 저 잔악무도한 왜놈들의 노예가 되고 말 것이오. 그토록 참혹한 땅에서 사느니, 이 곽재우와 함께 원 없이 싸워보는 게 어떻소!”
― 17~18쪽
“홍의장군 곽재우? 그놈은 어디 군영 소속이냐?”
“관군이 아니라 의병대장입니다. 정암진에서 우리 부대를 초토화했습니다. 벌써 두 번째입니다.”
우희다수가는 더 혼란이 일었다.
“의병? 처음 듣는 군대로군……. 어디에 속한 병졸들인가?”
“아무 곳에도 속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일어난…… 의로운 병사들이라 합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조정에서 명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군대를 만들어 대항하다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 61~62쪽
“학익진鶴翼陣!”
“학익진을 펼쳐랏!”
다시 북소리가 울렸다. 학의 날개처럼 활짝 펼쳐진 조선 함대가 왜군 함대를 향해 돌격했다. 협판안치는 순간 헛것이 보였다. 바다에서 거대한 학 한 마리를 본 것이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자 그 학은 자신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저, 저…… 대열은 뭐냐?”
칼을 움켜쥔 부장은 조선 수군의 진법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까딱 잘못하면 물귀신이 될 것을 직감했다.
…… 그때 이순신도 동시에 외쳤다.
“발포!”
“전 함선 발포하랏!”
조선 함대에서 일제히 포가 발사되었다. 둥그런 포탄이 새알처럼 날아가 왜군 함선에 비처럼 쏟아졌다. 꽝, 꽝, 귀가 터질 것 같은 폭발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작열하고 안택선과 관선이 여지없이 작살났다. 그때마다 왜병들은 ‘으악’ 비명을 내지르며 바닷속으로 속절없이 뛰어들었다. 협판안치는 또 헛것이 보였다. 공격 명령을 내리고 숨 한번 제대로 쉬지 않았는데 아군 함선들이 침몰하고 있었다. 조선 판옥선은 왜선을 치마폭처럼 가두어두고 마구 포탄을 날려댔다. 판옥선 옆구리를 들이박아 충격을 줘 가라앉히고 바짝 붙어 조총을 날리려던 전술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 159~160쪽
광해는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다 슬며시 야망을 드러냈다.
“만일 내가 전하의 명을 거부하고 내 뜻대로 나아간다면, 경들도 나와 함께할 수 있겠소?”
묻는 말은 어렵지 않았으나 대답하기는 어려웠다. 그 말을 확대해서 해석하면 ‘역모를 꾀한다면 따를 수 있느냐’는 질문과 같았다. 대신들은 멈칫했다. 아무리 임금이 치졸하다 해도 어명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광해는 단호했다.
“민심은 의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곳 분조에 있소. 이 사람과 함께 민심을 등에 업고 분조를 조정으로 믿고 나아갈 수 있느냐, 이 말이오!”
대신들이 망설일 때 정탁이 들어서며 대뜸 외쳤다.
“아니 됩니다. 그리되면 아무리 민심이 따른다 해도 역적이 되는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었다. 대신들이 망설인 까닭은 아무리 좋은 의도였다 해도 자칫 잘못하면 ‘역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 마음을 정탁이 직설적으로 내뱉자 대신들은 안도의 표정을 지었고, 광해는 섣부른 야망이 들킨 듯싶어 뜨끔해 정탁을 노려보았다.
― 167~168쪽
“도대체 태합 전하는 이곳 사정을 아시는가? 바닷길이 막혀 보급로는 끊기고, 전라도는 점령될 기미조차 없네. 거기다 이곳 성안에는 풍토병까지 돌고 있어. 전쟁이 길어지면 우리 모두 이곳에서 죽게 될 것이야. 명 군대가 참전한 이상 이제 이 싸움은 일본과 조선의 싸움이 아니라 일본, 조선, 명의 싸움이야. 하지만 명과 우리가 주도하는 전쟁이겠지.”
“혹시 명과 직접 협상하자는 뜻인가?”
소서행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석전삼성이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조건은?”
“할지割地.”
“조선을 나누자고?”
“전쟁은 여기서 멈추고 지금까지 우리가 점령한 지역만 일본 땅으로 인정해달라 해야지!”
― 201쪽
“우리가 본토로 돌아가면 하삼도를 주겠소?”
“하핫, 그것은 내가 결정할 수 없소. 우리 황상께서 결정하실 문제요. 단, 당신의 주군을 일본 왕에 봉한다는 칙서를 내리고 우리 명과 무역할 길을 열 수 있게 해주겠소.”
소서행장은 화를 벌컥 냈다.
“우리가 겨우 그따위 것을 얻으려고 이 땅에서 수많은 피를 흘린 줄 아시오!”
“더 많은 피를 흘리는 것보다 낫지 않소. 우리 솔직하게 얘기합시다. 나도 더 이상 이 전쟁을 원하지 않소. 이겨봐야 조선 땅을 조선 왕에게 돌려주는 것 말고는 남는 게 없단 말이오. 조선 왕은 우리에게 끝까지 적을 죽여달라 하지만, 어차피 우리 군사들이 피 흘리는 일. 누구 좋으라고 계속 이 짓을 한단 말이오. 내가 알기로는 그쪽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이기지도 못할 전쟁, 그대의 주군 때문에 떠밀려 온 것이라면 이제 이쯤에서 그만두고 살아 돌아가야 하지 않겠소?”
“…… 솔직히 나도 군사들과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소. 하지만 얻는 것 하나 없이 돌아가면 주군의 칼에 내 목이 떨어지오! 이왕 우리 모두 전쟁을 멈추고 싶다면 서로 각자의 살길을 열어주어야 할 것이오.”
심유경은 그 말이 틀리지 않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상대의 나라에 항복한다는 사신을 보냅시다. 물론 그 사신은 본국의 훈령을 받은 사신이 아니라 우리 뜻에 따라 움직일 사신이어야 하오.”
― 283~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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