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만 스물다섯의 나이로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했을 때, 『달의 바다』를 본 심사위원들과 독자들은 먼저 그 상큼하고 따뜻한 긍정의 매력에 반했다. 어둡고 핍진한 현실을 살아가는 이 시대 청년들의 이야기를 각자 독특한 개성으로 풀어나가고 있는 소설들은 드물지 않지만, 작품을 읽는 내내 그 따뜻한 힘에 빙그레 미소짓게 하는 작품은 흔치 않았다. 이후 한 편씩 차근차근 발표한 단편들에서, 저마다 상실과 결핍에서 비롯된 아픔을 가슴 한구석에 품고 있는 인물들을 그리면서도, 정한아는 역시, 그 아픔을 호들갑스럽게 내보이지 않고, 떠나는 것들을 붙잡으려 질기게 애원하지 않았다. 그의 인물들은 다만 지금 서 있는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고, 때로는 마음을 다잡고 깨끗하게 포기하는 길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크게 되는 것만이 나의 의지\"라고 자신에게 속삭이고(「나를 위해 웃다」), 주머니 속 \"아프리카\"를 만지작거릴 뿐이고(「아프리카」), 다른 이를 마음에 품고 있는 엄마를 질책하는 대신 보조석이 달린 자전거를 타고 마중을 나가는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며(「댄스댄스」), 허밍과 함께 돌아간 과거에서 비로소 자신의 삶을 이해했다(「휴일의 음악」). 정한아의 소설에서 그려지는 이러한 모습들은 그저 현실에 대한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수동성에서 벗어나 혼자 힘으로 발 딛고 서서 이 세상을 살아가려는 묵묵한 발걸음으로 읽혔다. 제 아픔과 슬픔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감싸안은 채 의연하고 태연하게 웃고 있는 얼굴 뒤에서, 작가의 인물들은, 그리고 작가는 그렇게 점점 더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작가가 된 지 오 년 만에, 첫 작품집을 묶은 지 삼 년 만에 선보이는 두번째 장편소설 『리틀 시카고』. 이 작품에서 이제 갓 서른이 된 작가는, 지금 현재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놓았다. *이 작품은 2009년 10월부터 2010년 1월까지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mhdn.cafe 에 연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