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서 잡지사 프리랜서 기자 알바를 하던 주인공은 노숙자들을 취재하고 그들과 공감하는중에 결국 작가도 노숙자와 같은 부류의 인간임을 깨닫게 된다. 서울역 지하도에는 한 무리의 노숙자들이 더러는 웅크리고 더러는 누워 자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지만 그들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은 드물었다. 무료한 낮 시간이 끝나고 저녁이 되었다. 낮보다 활기차게 사람들은 지하도를 지나갔다. 연인끼리 친구끼리 명랑한 담소(談笑)와 함께 하루의 긴장을 풀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노숙자들은 하나둘 잠을 깨서 술자리를 벌였다. 낮보다는 지금이 좋은 시간이었다. 이때쯤은 다른 사람들도 많이들 거리에서 술을 마시니 노숙자들이나 그들이나 별다르지 않다. 둥근 테 모자를 쓴 남자가 그들 주변을 서성이더니 잠시 올라갔다가 다시 나타나 다가왔다. 손에든 비닐봉지에는 소주와 약간의 안주거리가 있었다.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