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안에서 자라나 성실하게 공부하고 사회생활을 하던 주인공은 젊은 시절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인 결혼이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자 많은 좌절을 겪는다. 남들은 청춘의 권리하고 하는 이성교제와 결혼이 인생의 중반에 놓인 거대한 장벽처럼 느껴진다. 사십세의 남자 인호(仁浩)는 날이 환히 밝을 때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가벼운 가위눌림이 라고 할까. 어렴풋한 의식은 있으면서 자리를 딛고 일어나는 어떤 몸놀림도 없이 그대로 누워있었다. 눈을 떠 일어나기 직전 그는 한 순간의 꿈을 꾸었다. 꿈이라기보다는 잠결의 환상이라고 할 너무나 선명한 영상이었다. 그것은 시야를 가득 채우고는 마치 사진과 같이 움직이지 않는 한 장면으로 있었다. 광화문에서 서대문사이의 큰길로부터 정동(貞洞) 안길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신문사 건물이 있었다. 이미 날은 어두웠고 가로등 불빛과 자동차의 라이트 빛만이 거리를 간간이 비추고 있었다. 길게 늘어선 신문 진열대에서는 환한 형광등 빛이 뿜어 나오며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