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떠나 객지의 직장에서 생활하는 젊은 독신자의 외로움과 방황 ... 오늘 그동안 먼발치서 바라보기만 하면서 말접근을 시도할 기회를 보았던 그녀에게 다시 편지를 보냈다. 그녀는 먼 곳의 여인이 아니다. 그냥 아무때라도 가까이 가 볼 수 있는 같은 직장 내의 여자이다. 가을이 끝났으니 이제 이 해도 저물어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동안 그녀에게 말붙일 기회가 그렇게도 없었단 말인가. 아니다. 그녀를 보았던 그때 그때의 상황이 다 생각하기 나름으로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그러려 하면 나서지지가 않았다. 결국 장애는 외부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