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의 단편소설이다. 왼편은 나무 한 그루 없이 보이느니 무덤들만 다닥다닥 박혀 있는 잔디 벌판이 빗밋이 산발을 타고 올라간 공동묘지. 바른편은 누르붉은 사석이 흉하게 드러난 못생긴 왜송이 듬성듬성 눌어붙은 산비탈. 이 사이를 좁다란 산협 소로가 꼬불꼬불 깔끄막져서 높다랗게 고개를 넘어갔다 . 소복히 자란 길 옆의 풀숲으로 입하(立夏) 지난 햇빛이 맑게 드리웠다. 풀포기 군데군데 간드러진 제비꽃이 고개를 들고 섰다. 제비꽃은 자주빛 눈곱만씩한 괭이밥꽃은 노랗다. 하얀 무릇꽃도 한참이다. 대황도 꽃만은 곱다. 할미꽃은 다 늙게야 허리를 펴고 흰 머리털을 날린다. 구름이 지나가느라고 그늘이 한 떼 덮였다가 도로 밝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