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의 단편소설이다. 그것은 봄답지 않은 암담한 봄날이었다. 들에는 기화요초(琪花瑤草)가 만발하고 온갖 새와 나비가 날아드는 말하자면 절기로는 봄임에 틀림이 없지만 백성의 기분에는 봄답지 않은 암류가 흐르고 있었다. 백제의 의자왕(義慈王) 16년 춘삼월 겨우내 혹독한 추위에 얼었던 땅이 따스한 봄기운에 녹아남에 따라서 추위를 피하노라고 방에 꾹 박혀있던 백제의 백성들도 길거리로 나다니기는 하지만 얼굴에는 음산한 기분과 근심이 서리어 있었다. 웬만한 근심 웬만한 수심은 모두 녹여버리는 꽃의 시절인 봄이거늘 백제 창생의 근심은 이 시절의 힘으 로도 녹여버릴 수가 없었다. 그들의 근심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국왕의 방탕과 국력의 쇠약에 겸하여 이 백제의 쇠약을 호시탐탐 기 다리는 신라국의 태도가 그들의 근심의 근원이었다. 지금 왕?선왕(先王)인 무왕(武王)의 아드님으로서 지극히도 담략과 패기가 있는 분이어서 그 등극초에는 백제의 창생이 그야말로 이 명군의 아래 삼국통일 의 대업이 이루어지리라고까지 믿었던 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