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순교자, 천국의 새 총리에 오르다!’
권력과 탐욕에 의해 혼란에 빠진 천국에 빗대어, 이 세상에 고하는 ‘일갈一喝’
“이 소설의 독법은 전적으로 독자들의 몫이다. 상상력에 권력을!”
- [담론]의 신영복 교수가 전하는 ‘발문’ 중에서
21세기는 상상력이 힘의 원천인 시대다. 작지만 기발한 발상 하나가 전 세계를 뒤흔드는 히트 상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각 기업들은 창조적 상상의 위력적인 힘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를 하고 있다. 역사를 돌아보더라도 문명의 발달을 이끈 것은 상상이었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이라고만 생각되었던 것을 꼭 이루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하나씩 하나씩 쌓아올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위’이다. 특히 문자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문학의 역사는 인간의 상상력, 그 모든 것을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소설은 상상력의 가장 위대한 산물이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 한국문학은 위기를 맞았다. 상상이 써 내려간 드라마를 매개로 작가와 독자 사이에 치열한 감정의 교류를 나누게 했던 재밌고 감동적인 작품들을 근래에는 좀체 찾아볼 수 없다. 이따금 베스트셀러 작가의 신간이 주목을 받긴 하지만 그때뿐, 소설다운 소설이 눈에 안 보인다며 한숨을 쉬는 독자들도 많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간혹 눈에 띄는 작품을 만나게 되면 그 기쁨 또한 두 배가 되곤 한다. 소설 『천국 쿠데타』는 독자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큼 흥미로운 소설이다. ‘천국’을 배경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성경 속 인물과 안중근, 정약종 같은 역사적 인물들을 등장시켜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문학만이 펼칠 수 있는 독특한 상상력의 세계가 펼쳐짐은 물론, 종교라는 무거운 주제를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며 독자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새겨주고 있다. 더욱이 이 책의 저자는 고희를 훌쩍 넘긴, 언론인이다. 동아일보 논설위원실장, 헤럴드경제신문 주필 등을 역임하며 평생을 언론인으로 이름을 알려온 저자는 ‘상상력에 있어 나이는 없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비록 다른 분야에서 펜을 잡아왔지만 일찍이 시와 소설 쪽에서 모두 등단을 한, 문학도이기도 하다. 번역서를 포함한 세 권의 시집을 내며 시인으로도 인정을 받아왔지만 소설은 첫 번째 도전이다. 하지만 나이를 무색케 하는 상상력의 발로는 따분한 일상 속에서 짜릿한 흥분을 가져다주는 희열을 독자에게 맛보게 한다. 하느님의 부재에서 시작된 천국의 혼란은 마치, 권력 다툼에 혈안이 되어 늘 잡음이 끊이지 않는 우리 정치권을 풍자한 듯한 느낌을 준다. 천국에 빗대어 이 세상에 고하는 ‘일갈一喝’은 이 어지러운 현대사회에서 늘 체증을 앓는 독자들의 속을 후련하게 만든다. 종교와 정치라는, 또한 가장 무거운 두 소재를 어색하지 않게 풀어내는 작법은 저자의 문학적 성취가 이미 높은 경지에 머무름을 증명하고 있다.
상상력은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비록 현실을 녹록지 않더라도 위대한 상상과 이를 이루려는 의지와 열정이 있다면 인생은 그것만으로도 늘 뜨겁고 아름답다. 소설 『천국 쿠데타』가 전하는 상상의 세계, 그 놀라운 여정을 첫 페이지와 함께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