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상상, 포복절도시키는 유머,
그리고 인간에 대한 연민!
이 소설은 아무리 밥을 먹어도 뱃속이 허전하고,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세상에 대해‘그래도 아직 살만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아직은 공동체적 삶이 남아 있는 변두리 어느 동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때로 만화 속 주인공들처럼 유치찬란하지만 누구나 ‘맞아, 맞아. 인생이 다 그렇지 뭐’라고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일 만큼 솔직한 인생의 단면들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또한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두 남자가 벌이는 기발한 사건들과 재치 있으면서 상상을 뛰어넘는 말(言)장난은 소설이라는 말(馬)을 탄 독자들을 가슴 뭉클한 감동과 재미의 세계로 데려갈 것이다.
영악한 아들과 사기꾼 아빠의 엽기발랄 사랑 쟁탈전!
어느 날 현이네 집 1층 카페 민트에 새로운 주인이 온다. 그녀는 죽은 현이 엄마를 꼭 빼 닮은 미미 누나다.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한 현이와 아빠는 미미 누나를 사이에 두고 치열한 사랑의 공방전을 펼친다. 이 책의 인물들은 명랑 소설이나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과장되고 우스꽝스런 모습을 하고 있다. 짠돌이에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철없는 아빠와 나이에 비해 너무나 조숙하고 영악한 아들 현이가 벌이는 기발한 복수극은 기존 소설의 매너리즘에 빠진 독자들에게 독특한 유쾌함을 선사할 것이다. 특히 상상을 초월하는 말장난이 그 재미를 더한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는 말처럼, 그들은 경쟁 상대가 아빠나 아들이라고 해서 양보하지는 않는다. 오늘도 미미 누나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경찰에 신고하고, 수갑을 차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자신의 경제력과 사회적 위상으로 그녀를 유혹하는 아빠, 아이답지 않은 배려와 순수함으로 공략하는 현이. 과연 이 둘 중 어느 남자가 미미 누나를 차지할 것인가? 독자들은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할 것이다.
부조리한 현실을 바라보는 비판적이고도 사려 깊은 눈길
이 책에는 현이와 아빠, 미미 누나 외에도 여러 동네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세탁소나 슈퍼마켓을 운영 하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보통 사람들’이다. 하지만 한 꺼풀 벗기고 보면 그들은 어느새 오입쟁이, 난봉꾼, 무능력자, 술주정뱅이가 되어 있다. 이렇듯 중심인물을 포함한 이 소설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비틀린 인간상을 보여준다.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이를 협박하기도 하고, 자신의 추함을 감추기 위해 끝없이 비굴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인물들은 경악과 동시에 애처로움을 자아낸다. 비틀린 인간상의 저변에는 부조리한 사회가 있기 마련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을 비판적이고도 사려 깊은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싫어질 정도로 특이하고 유별난 인물들이 평범한 보통 사람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 이 소설은 부조리한 현실과 현대인들의 이중성을 투영해낸다. 하지만 결국 그들의 내면으로 들어가 보면 진실과 이상에 대한 갈구, 사랑과 연민이 잠재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를 웃고 울리는 사람들. 그들은 현대를 사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저자 특유의 재치와 해학적 문체로 독자들은 어느새 미워할 수 없는 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