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의 단편소설이다. 시집 온 지 한 달 남짓한 금년에 열 다섯 살밖에 안 된 순이는 잠이 어릿어릿한 가운데도 숨길이 갑갑해짐을 느꼈다. 큰 바위로 내리누르는 듯이 가슴이 답답하다. 바위나 같으면 싸늘한 맛이나 있으련마는 순이의 비둘기 같은 연약한 가슴에 얹힌 것은 마치 장마지는 여름날과 같이 눅눅하고 축축하고 무더운데다가 천 근의 무게를 더한 것 같다. 그는 복날 개와 같이 헐떡이었다. 그러자 허리와 엉치가 뻐개 내는 듯 쪼개 내는 듯 갈기갈기 찢는 것같이 산산히 바수는 것같이 욱신거리고 쓰라리고 쑤시고 아파서 견딜 수 없었다. 쇠막대 같은 것이 오장육부를 한편으로 치우치며 가슴까지 치받쳐올라 콱콱 뻗지를 때엔 순이는 입을 딱딱 벌리며 몸을 위로 추스른다. 이렇듯 아프니 적이나 하면 잠이 깨련만 온종일 물 이기 절구질하기 물방아찧기 논에 나간 일꾼들에게 밥 나르기에 더할 수 없이 지쳤던 그는 잠을 깨려야 깰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혼수상태에 떨어진 것은 물론 아니니 (이러다간 내가 죽겠구먼! 죽겠구먼! 어서 잠을 깨야지 깨야지) 하면서도 풀칠이나 한 듯이 죄어붙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연해 입을 딱딱 벌리며 몸을 추스르다가 나중에는 지긋지긋한 고통을 억지로 참는 사람 모양으로 이까지 빠드득빠드득 갈아부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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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玄鎭健 1900- 1943) 대구 출생. 호는 빙허(憑虛). 1918년 일본 동경 성성중학(成城中學) 중퇴. 1918년 중국 상해의 호강대학 독일어 전문부 입학했다가 그 이듬해 귀국.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에 관계함. 특히 동아일보 재직시에는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 선수 손기정의 일장기 말살 사건에 연루되어 1 년간 복역함. 이 사건 이후 서울 자하문 밖에서 양계를 하다가 실패하고 폭음으로 얻은 장결핵으로 사망했다. 처녀작은 1920년 개벽 12월호에 발표된 희생화 이고 주요 대표작으로는 빈처 (1921) 술 권하는 사회 (1921) 타락자 (1922) 할머니의 죽음 (1923) 운수좋은 날 (1924) (1924) 불 (1925) 사립정신병원장 (1926) 고향 (1922) 등과 함께 장편 무영탑 (1938) 적도 (193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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