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 1권 1책. 국문구활자본. 판소리로 불리어진 〈배비장타령 裵裨將打令〉이 소설화된 작품이다. 판소리 열두마당에 속하지만 고종 때 신재효 ( 申在孝 )가 판소리 사설을 여섯마당으로 정착시킬 때 빠진 것으로 보아 그 이전에 이미 〈배비장타령〉은 판소리로서의 생명을 잃어 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그런데 신재효가 창작한 것으로 보이는 〈오섬가 烏蟾歌〉에 〈배비장전〉의 한 부분인 애랑과 정비장의 이별 장면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또 배비장이 애랑에게 조롱당하는 사실이 서술되어 있기도 하다. 이런 점으로 보아 이 시기까지 〈배비장타령〉은 부분적으로 불리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1938년에 〈배비장전〉은 판소리가 창극으로 공연되었으며 최근에는 재창조되기도 하였다. 인쇄된 〈배비장전〉의 자료로는 중요한 이본(異本)의 차이를 보이는 두 종류가 전해지고 있다. 하나는 1916년부터 발간되었던 것으로 알려진 구활자본이고 또 하나는 필사본을 대본으로 한 1950년에 나온 주석본이다. 앞의 자료에서는 배비장이 애랑과 방자의 계교에 빠져 온갖 곤욕을 치른 뒤에 정의현감(旌義縣監)이라는 관직에 오르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러나 뒤의 자료에서는 배비장이 애랑과 방자의 계교에 빠져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알몸으로 궤 속에서 나오는 장면으로 끝나고 있다. 〈배비장전〉의 소재가 되었을 것으로 지적된 근원설화(根源說話)로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사랑하는 기생을 이별할 때 이빨을 뽑아 주었던 소년의 이야기인 발치설화 ( 拔齒說話 )이다. 다른 하나는 기생을 멀리하였다가 오히려 어린 기생의 계교에 빠져 알몸으로 뒤주에 갇힌 채 여러 사람 앞에 망신을 당하는 경차관 ( 敬差官 )의 이야기인 미궤설화(米櫃說話)가 지적되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