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의 단편소설이다. 동해안의 마지막 항구를 떠나 북으로 북으로! 밤을 새우고 날을 지나니 바다는 더욱 푸르다. 하늘은 차고 수평선은 멀고. 뱃전을 물어뜯는 파도의 흰 이빨을 차면서 배는 비장한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마스트 위에 깃발이 높이 날리고 연기가 찬바람에 갈기갈기 찢겨 날린다. 두만강 넓은 하구를 건너 국경선을 넘어서니 노령 연해의 연봉이 바라보인다―하얗게 눈을 쓰고 북국 석양에 우뚝우뚝 빛나는 금자색 연봉이. 저물어 가는 갑판 위는 고요하다. 살롱에서 술타령하는 일등 선객들의 웃음소리가 간간이 새어 나올 뿐이요. 그 외에는 인기척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