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일곱살의 지훈은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고 서울 여행 끝자락 쯤에 자리한 전파상에서 낡은 HAM을 단돈 만원에 구입하게 된다. 약간의 로맨스와 환상이 가미된 가벼운 중편 소설. 소설 앞 부분 그는 스위치 on을 눌렀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라디오에 작고 둥그런 녹색 불이 들어왔다. 그 옆에 작은 디지털 창에는 95라는 숫자가 빨간색으로 표시가 되었다. 그는 마이크를 잡았다. 잠깐 헛기침을 한 그는 마이크를 입에 가져갔다. “아아 들리십니까? 여기는 서울 대한민국입니다.” 지직 소리와 침묵. 그는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헬로우? 아이엠 프롬 서울 코리아.” 하지만 역시 그의 말을 받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마이크를 있던 자리에 두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는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다시 돌아와 마이크를 잡았다. “들리십니까? 여기는 서울…” “아아 여기는….” 그는 입에 대고 있던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멍하니 라디오를 바라봤다. 얼마 전까지 그는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하지만 이제 그만두고 할 일이 없는 만큼 라디오만 멍하니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