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풍상을 겪을 만큼 겪은 어떤 달관함, 이를테면 튀지 않는, 세상을 차분하게, 세상과 화자의 거리와 느낌을 동일선에서 얼싸안는 차분한 낙관주의자의 면모를 보여주는 시인의 시집. 어딘가 한쪽으로 밀려났다는 생각이 와 닿았을 때, 그 위태로움을 넘어 비로소 더 먼 곳을, 더 깊은 데를 보게되는 순간이 있다/문턱까지 차 오른 가을 오전 한때를 나는 햇볕을 지고 걸어왔다, 생의 가장자리 속으로 해바라기처럼 얼굴 어두운 것들의 세월 속으로... [생의 가장자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