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어 꼬리를 먹은 남자 1/30 2. 장미의 외출 31/76 3. 목탁이와 개 거지 76/140 장어 고리를 먹은 남자 중에서 .. 폭풍우에 나뭇가지 흔들리듯 성난 애진의 목소리는 조용한 강화의 밤을 깨웠다. 씩씩대던 애진은 숄로 어깨를 감아서 거칠게 움켜쥐고는 조금 전에 지나온 호숫가로 타박타박 걸어갔다. “따라가 봐야지! 이 시간에 혼자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선영이 총총 뒤따라갔다. 애진과 선영이 들어간 어둠 속에 나 폴나폴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건너편 모텔의 불빛이 물결에 출렁이는 밤의 호수는 아름다웠다. 열두 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모텔마다 이미 차버린 객실 그나마 후미진 곳에 숙소가 정해졌다. 잠자리에 들기는 아까운 시간 그들은 2차를 가기 위해 호숫가를 끼고 돌았다. 호수 가득히 앉았던 철새들도 어디론가 모두 날아가 버린 강화의 밤 엄동설한의 추위가 몸을 움츠러들게 했지만 한잔 술에 훈훈해진 마음에 타박대는 발길은 춥지만은 않았다. 마음껏 술을 마실 수 없었던 수련은 그들 곁에 설 수 없었다. 모두가 취하여 흔 들리는 밤 말끔한 정신은 조금은 떨어진 곳에서 그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간간이 날리는 눈발 얼굴에 닿은 차가움이 그리 싫지는 않았다. 뭔가 모를 행복감도 있는 듯 낯선 느낌에 젖어드는데. 한 사람이 다가왔다. 아내의 필사적인 사수로 장어 꼬리를 먹은 그 남자 현우다. 개 거지는 한마디 남기고 횅하니 제 갈 길로 가 버린다. 배가 고프다. 하늘이 핑핑 돌고. 귀밑에 상처가 쓰리다. 털레털레 걷다 보니 아까 그 개 거지가 뭔가 열심히 먹고 있다. 간절하게 먹고 싶지만 못 본 척 지나치는데. “이리와 함께 먹을까? ” 그것에선 진한 고기 냄새가 난다. 개 거지는 후한 인심이라도 쓰듯 크게 한쪽 내어 준다.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우고 보니 서운한 감이 있지만 좀 살만하다. 개 거지는 멀찌감치서 슬금슬금 뒤따라온다. 깊어가는 가을 그가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있다. 옆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내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손길은 따스하지만 두 눈엔 금방이라도 흠뻑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슬픔으로 가득하다. 툭 마른 잎 하나가 그의 어깨 위로 내려앉는다. 떨어질 듯 매달려 있는 마른 잎을 멍하니 쳐다본다. 어쩜 힘겹게 매달려있는 나뭇잎이 그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넌 사는 게 어떠니? 나를 만나기 전 너에 삶은 어땠니? 매니큐어도 발랐네! 염색도 하고…. 허 녀석….” 그의 눈에는 외로움이 가득하다. 먼 그리움에 몸서리치는 듯 그렇게 하루해를 보낸 그가 나뭇잎을 긁어모아 자리를 하고 그의 품에서 잠든다. 겨울이 다가오고 유난히도 춥던 날부터 그가 쿨룩쿨룩 기침하기 시작한다. 첫눈이 내리고 사람들은 기쁨에 들떠 거리로 나서는데 그가 지하도 한쪽 구석에 자리하고 눕는다. 그러더니 며칠째 일어나질 못하니 슬슬 걱정되기 시작한다. 몹시 아파 보인다. 싫다는 몸뚱이를 이끌어 사람들 앞에 서보니 제법 용기가 난다. 앞발을 들고 걷기도 하고 빙글빙글 돌아도 본다.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모여든다. 돈을 놓는 사람도 제법 된다. 빙글빙글 도는 동안 그녀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착한 그녀는 그 불편한 발을 가지고 어찌 살고 있을까 몹시도 절룩대며 뛰어나가던 그녀의 모습이 생생하다. 그녀에게서 배운 춤을 지금 추고 있다.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