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제를 노골적인 표현보다 은근한 생태를 드러내는데 주력하여 만든 화분, 분녀, 저자의 고향 산촌을 배경으로 한 짙은 향수를 풍겨주는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의 대표적인 작품을 2권으로 구성하였다. 저자의 모든 작품에서 강하게 눈에 띄는 것은 지방색이 짙은 어휘라든가 그로부터 발산되는 향토적 정서를 흐뭇하게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무슨 냄새 같을까. 언니.”
“백합 냄새 같지.”
“무엇 말인데.”
격에 맞지 않는 대답을 우습게 여기면서 형의 얼굴을 쏘아붙인다.
“네 얼굴 말야.”
“괴덕만 부리네. 누가 얼굴 말인가, 라일락 말이지.”
가까이 온 형이 얼굴을 꽃송이를 휘어 가볍게 갈기며,
“장미 냄새 같잖우.”
“글세.”
“꿀 냄새두 같구.”
“냄새두 잘은 맡어.”
“사향 냄새두 나구.”
“수다스럽다.……”
형은 꽃봉오리 하나를 뜯어서 코 끝에 대면서.
“바로 말하면 라일락 냄새는 몸 냄새라나. 잘 익은 살 냄새라나. 가진비밀을 다 가진 몸 냄새.……알겠니.”
“언니가 수다스럽지 누가 수다스러우.”
찔레순을 꺾으면 푸른 진이 빠지지 돋아난다. 그 진을 손가락 끝에 묻혀서 풀장난을 하는 미란의 팔을 세란은 문득 휘어잡았다.
“아깝다. 이 고운 몸을 날도적한테 뺏길 생각을 하면.”
“망령이 났나봐.”
“무르녹은 봉오리가 하룻밤 비에 활짝 피어 버린다는 게 슬픈 일이란다.”
“아저씨가 며칠 안 오더니 실성해진 모양이지.”
“결국 단주가 날도적이 될 테지.……선머슴 호박이 떨어졌어.”
(소설 <화분> 중)
저자소개
한국 단편문학의 수작으로 손꼽히는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 성(性) 본능과 개방을 추구한 새로운 작품경향으로 주목을 끌기도 했던 1920년대 대표적인 단편소설 작가였다. 강원도 평창 출생으로 경성 제1고보(현재 경기고등학교)를 거쳐 경성제국대학(현재의 서울대학교) 법문학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28년 <조선지광>에 단편 「도시와 유령」을 발표하면서 동반작가로 데뷔하였다.
『행진곡』 『기우』 등을 발표하면서 동반작가를 청산하고 구인희(九人會)에 참여, 『돈』『수탉』 등 향토색이 짙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1934년 평양 숭실전문 교수가 된 후 『산』『들』 등 자연과의 교감을 수필적인 필체로 유려하게 묘사한 작품들을 발표했고, 1936년에는 한국 단편문학의 전형적인 수작이라고 할 수 있는 『메밀꽃 필 무렵』을 발표하였다.
그의 문체는 세련된 언어, 풍부한 어휘, 시적인 분위기로 요약할 수 있으며, 시적인 정서로 소설(산문문학)의 예술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1942년 평양에서 결핵성 뇌막염으로 3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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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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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보
소설
주리면... -- 어떤 생활의 단편
도시와 유령
기우
행진곡
북국점경
노령근해(露領近海)
깨뜨려지는 홍등(紅燈)
상륙
추억
마작철학
약령기(弱齡記)
북국사신(北國私信)
오후의 해조
오리온과 임금(林檎)
프레류드
돈
독백
주리야(朱利耶)
일기
수난
마음의 의장(意匠)
계절
성화(聖畵)
수탉
산
들
분녀
메밀꽃 필 무렵
인간산문(人間散文)
낙엽기
장미 병들다
거리의 목가
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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