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한 힘

함민복 | 문학세계사 | 2005년 01월 22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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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이후 10년, 자본과 욕망의 시대에 저만치 동떨어져 살아가는 함민복 시인이 네번째 시집을 출간하였다. 세번째 시집을 출간하고 강화도에 정착한 게 10년째이니 그간에 낸 산문집 한 권을 제외하면, 이번 시집은 그의 강화도 생활의 온전한 시적 보고서인 셈이다. 충북 충주가 고향인 그가 강화도까지 와서 10년간 삶의 둥지를 튼 것은 “우연히 놀러 왔던 마니산이 너무 좋아서”라는 낭만적인 이유도 있고, “일산에 살다가 신도시가 들어서자 문산으로 갔고, 그곳 땅값이 올라” 어쩔 수 없이 강화도로 밀려온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그 이유가 어찌되었건 보증금 없이 월세 10만원짜리 폐가에서 지내고 있는 함민복 시인은 이제 강화도 동막리 사람들과 한통속이다. 강화도 사람이 되어 지내는 동안 함민복 시인은 개펄의 부드러운 속삭임과 그 힘을 조용히 체득하게 된다. “말랑말랑한 힘이지요. 뻘이 사람의 다리를 잡는 부드러운 힘이요. 문명화란 땅 속의 시멘트를 꺼내서 수직을 만드는 딱딱한 쪽으로 편향돼 있습니다. 뻘은 아무것도 안 만들고, 반죽만 개고 있고요. 집이 필요하면 뻘에 사는 것들은 구멍을 파고 들어갈 뿐 표면은 부드러운 수평을 유지합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강화도에 정착한 뒤 눈만 뜨면 보이는 개펄에서 시인은 문명에 대한 성찰과 그에 대한 반성으로서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시적 서정을 발견한 것이다.

저자소개

자본과 욕망의 시대에 저만치 동떨어져 살아가며 전업 시인. 개인의 소외와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특유의 감성적 문체로 써내려간 시로 호평받은 그는, 인간미와 진솔함이 살아 있는 에세이로도 널리 사랑 받고 있다. 1962년 충북 중원군 노은면에서 태어났다.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북 월성 원자력발전소에서 4년간 근무하다 서울예전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2학년 때인 1988년 『세계의 문학』에 「성선설」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1990년 첫 시집 『우울氏의 一日』을 펴냈다. 그의 시집 『우울氏의 一日』에서는 의사소통 부재의 현실에서 「잡념」 의 밀폐된 공간 속에 은거하고 있는 현대인의 소외된 삶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1993년 발표한 『자본주의의 약속』에서는 자본주의의 물결 속에 소외되어 가는 개인의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이야기 하면서도 서정성을 잃지 않고 있다. 서울 달동네와 친구 방을 전전하며 떠돌다 96년, 우연히 놀러 왔던 마니산이 너무 좋아 보증금 없이 월세 10 만원 짜리 폐가를 빌려 둥지를 틀었다는 그는 "방 두 개에 거실도 있고 텃밭도 있으니 나는 중산층"이라고 말한다. 그는 없는 게 많다. 돈도 없고, 집도 없고, 아내도 없고, 자식도 없다. 그런데도 그에게서 느껴지는 여유와 편안함이 있다. 한 기자가"가난에 대해 열등감을 느낀 적은 없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부스스한 머리칼에 구부정한 어깨를 가진 그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가난하다는 게 결국은 부족하다는 거고, 부족하다는 건 뭔가 원한다는 건데, 난 사실 원하는 게 별로 없어요. 혼자 사니까 별 필요한 것도 없고. 이 집도 언제 비워줘야 할지 모르지만 빈집이 수두룩한데 뭐. 자본주의적 삶이란 돈만큼 확장된다는 것을 처절하게 체험했지만 굳이, 확장 안 시켜도 된다고 생각해요. 늘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해요."(동아일보 허문명 기자 기사 인용) 2005년 10년 만에 네번째 시집 『말랑말랑한 힘』을 출간하여 제24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이 시집은 그의 강화도 생활의 온전한 시적 보고서인 셈이다. 함민복 시인은 이제 강화도 동막리 사람들과 한통속이다. 강화도 사람이 되어 지내는 동안 함민복의 시는 욕망으로 가득한 도시에서 이리저리 부딪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강화도 개펄의 힘을 전해준다. 하지만 정작 시인은 지금도 조용히 마음의 길을 닦고 있다. 『눈물은 왜 짠가』『미안한 마음』에 이어 3년 만에 발간하는 세 번째 에세이집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는 포털 사이트 Daum에 5개월간 연재한 글에다 틈틈이 지면에 발표했던 글들을 묶었다. 과거를 추억하나 그에 얽매이지 않고, 안빈낙도하는 듯하나 세상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날선 눈초리를 잃지 않는 글들은 온라인에서 깊은 사랑을 받았다. 그 밖에 시집으로 『우울 씨의 일일』『자본주의의 약속』『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말랑말랑한 힘』, 동시집 『바닷물, 에고 짜다』가 있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김수영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애지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목차소개

1 나를 위로하며 감나무 호박 봄꽃 폐가 청둥오리 부부 그 샘 거미 보따리 초승달 최제우 옥탑방 귀향 폐타이어 식목일 백미러 길 위에서 깔려 죽은 뱀은 납작하다 길의 길 물 정수사 길 2 봄 환한 그림자 불타는 그림자 질긴 그림자 불 탄 산 고향 개밥그릇 뿌리의 힘 폐타이어 2 일식 그림자 사십 세가 되어 새를 보다 그늘 학습 원을 태우며 아, 구름 선생 달과 설중매 그리움 해바라기 논 속의 산그림자 3 천둥소리 전구를 갈며 김포평야 검은 역삼각형 눈사람 여름의 가르침 소스라치다 감촉여행 그리운 나무 십자가 돌에 기호 108번 같은 자궁 속에 살면서 개 도살장에서 죄 큰물 4 섬 뻘에 말뚝 박는 법 뻘 숭어 한 지게 짊어지고 승리호의 봄 닻 주꾸미 푸르고 짠 길 물고기 동막리 가을 어민 후계자 함현수 분오리 저수지에서 개 낚시 이후 한밤의 덕적도 저 달장아찌 누가 박아 놓았다 물고기 2 뻘밭 딱딱하게 발기만 하는 문명에게 산문 ㅣ 섬이 하나면 섬은 섬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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