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와 아픔을 게임하듯 유쾌하게 말하는 고은규 첫 장편소설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매일 밤 집을 놔두고 트렁크에서 자는 사람들을 일컫는 '트렁커'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로,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오수완)와 함께 공동으로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고은규의 첫 장편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은 '좀처럼 공감하기 힘든 상처와 아픔을 게임하듯 발랄하게 고백'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삶의 아픈 부분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시선을 그리고 있다. 생의 아픈 순간마저도 게임을 통해 하나씩 치유해 가는 과정은, 모든 삶이 아프고 절망적이지 않다는 희망을 제시한다.
낮에는 베테랑 유모차 판매원으로 활약하지만, 밤이 되면 누군가가 버린 차 트렁크 속을 파고드는 여자 이온두. 그는 공황장애에 시달려 멀쩡한 집 놔두고 트렁크에서 잠을 청하는 '슬트모(슬리핑 트렁커들의 모임)'의 정회원이다. 어느 날 ‘온두’의 차 옆에 공터 주인이라는 '름'이 이사 온다. 가족끼리 동반 자살하려던 부모들 틈에서 홀로 살아남은 ‘온두’와 아버지의 잔인한 폭력을 피해 트렁커가 된 남자 '름'. 그들은 어둡고 긴 밤사이를 뚫고, 마성의 진실게임 '치킨차차차'를 통해 숨은 기억들의 퍼즐 맞추기를 시작한다.
문학평론가 김동식의 평가처럼, 읽어가다 보면 삶의 의미를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상처가 삶의 근원적인 가능성을 끌어안고 있는 자궁으로, 어느덧 바뀌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는 『트렁커』. 이 작품에는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예측할 수 없는 극적 반전이 선사하는 따뜻한 울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