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가장 ‘개성적인 이야기꾼’(우찬제) 성석제의, ‘무협고수 같은 입담’(문혜원)이 정점으로 구현된 수작 『왕을 찾아서』가 문학동네에 의해 다시 독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작가의 첫 장편소설로 1996년 출간되었다가 절판, 시중에서 구할 수 없게 되어 독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수많은 이들을 애태우게 했었다는 후문의 이 소설은 인간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권력과 욕망에 대한 의식세계를 한 소도시의 건달 세계로 비유하여 조망하고 있다. 작가는 이 독특한 소설공간이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권력과 욕망의 세계와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지를 비교적 가볍고 쉬운 문체로 진지하게 묻고 있다.
지금은 ‘성석제표’, ‘성석제화’로 정착을 한 작가 특유의 진한 농담은 바로 이 소설에서 그 계보의 시작을 확인할 수 있는바, ‘격렬한 웃음 속에 상실을 애도’(권희철)하는 깊은 대비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큰 폭소와 은근한 미소를 연이어 이끌어내는 놀라운 흡입력은 읽는 이의 책 넘김을 바쁘게 하지만, 읽고 난 후에는 압지석(押紙石)같이 단단한 여운 때문에 쉽사리 덮을 수 없을 것이다. 종횡무진의 힘찬 서사와 서사의 주름마다 깃든 익살이 소설 속의 분지를 모든 독자들의 고향으로 만든다. 20세기에 두고 온, 어린 시절의 영웅에 대한 향수가 유려한 말솜씨에 뭉근히 묻어 있기 때문이다. 소문이 신화가 되던 시절, 주먹에도 낭만이 있던 시절, 소년들에게 손에 닿는 영웅이 있던 시절에 대해 성석제만이 쓸 수 있는 다시없을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