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은 우리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로서 근대 단편소설의 개척자이다. 구어체 문장을 확립했으며, 전 시대의 계몽문학을 거부하고 자연주의 문학을 시도했다. 단편, 역사소설, 평론, 수필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을 했다. 그의 작품에서는 자연주의, 탐미주의, 민족주의, 낭만주의 등 여러 경향이 나타난다.
"감자"는 가난하지만 정직한 농가에서 예의 바르게 자라난 복녀라는 한 여성이 도덕적으로 타락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현실보다는 추악한 현실을, 긍정적인 인간성보다는 부정적인 인간성을 폭로한 점에 있어 현실 폭로의 전형적인 자연주의 수법을 적용한 작품이다. 특히, 결말에서 복녀의 죽음을 놓고 왕 서방과 한의사, 그녀의 남편이 돈을 주고받는 장면의 간결한 묘사는 매우 인상적이다.
"배따라기"는 오해가 빚은 형제간의 파탄의 이야기이다. 양순하고 다정다감한 아우. 붙임성 있으면서도 성미 급한 형수, 선량하나 난폭한 형, 이들이 오해로 인해 불행을 맞이한다. 이러한 내용 전개 속에 운명 앞에 선 인간의 무력함과 끝없는 회한, 거기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서정적 비애가 함께 녹아든 작품으로, 단편으로서의 짜임새가 완벽하게 갖춰진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발가락이 닮았다"는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의 인간의 심리 세계를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강렬한 휴머니티를 보여준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의사인 친구에게서 자기 아내가 낳은 아이가 자기 아이라는 보장을 받고 싶어 하는 애틋한 부정(父情)은 눈물을 자아내게 한다. 아내의 부정을 의심하면서도 어떻게든 그것을 삭여 보려는 M의 노력은 눈물겹지만, ‘인생의 가장 요절할 비극’의 한 토막이다.
"광화사"는 예술의 절대성과 미에 대한 광적인 동경을 추구하는 한 화가의 일생을 통해 나타난 현실(세속)과 이상(예술) 세계의 괴리를 다루고 있다. "광염 소나타"와 더불어 작가의 유미주의적 특성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태형"은 3ㆍ1운동 직후 더위가 극심한 어느 여름의 감옥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극한 상황을 통하여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과 도덕적 양심의 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날카롭다.
"붉은 산"은 식민지 시대 만주 이주민들의 고통스런 생활상과 한 떠돌이 인간의 민족애를 그린 작품으로 작가의 민족주의적 특성이 잘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