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은 김동인과 더불어 우리나라 근대 단편 소설을 발전시켰으며 염상섭과 함께 사실주의를 개척한 작가이기도 하다. 우리말의 풍부한 활용으로 인한 정확한 적용과 치밀한 구성, 일관된 통일성과 사실성 등 사실주의적 단편들로 ‘한국의 체호프’라는 격찬을 받기도 하였다.
그의 소설에는 빈곤의 상황이 자주 나오는데, 그 빈곤은 일제하 우리 민족의 수난적 운명에 있었던 한 시대의 상징이기도 하다.
대표작 "운수 좋은 날"은 일제하의 가난한 우리 민족의 고통이며, 특히 하층 계급의 인간들에게 행운의 기적도 있을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역설적인 표현을 빌려 입증하려 한 것이다. 반면 "술 권하는 사회"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암울한 현실 속에 갇힌 지식인의 고뇌를 증언하고 고발한 것이다. "빈처"는 가난한 조선의 소설가의 아내를 그린 것으로, 한국적 아내의 도리와 여인으로서의 본능의 갈등을 섬세하게 파악한 우수작이다. "할머니의 죽음"은 할머니의 임종을 둘러싸고 가족 친척들이 모여 드러내는 섬세한 심리 변화를 수준 높게 다루고 있다. "불"은 매우 밀도 있게 짜인 짤막한 소품이다. 주제는 물론 한국적 조혼 비판이나 인간 해방이겠지만, 그것이 소극적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의 상황을 자각하고 불을 질러 태워 없앤다는 것에서 적극성을 드러낸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나타나듯 현진건은 사회적ㆍ역사적 현실을 증언하는 리얼리즘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민족주의적 자각이 투철했고 민족의 당면 현실을 외면한 어떤 문학도 거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문학세계를 구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