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팬으로 상담을 요청해오는 독자,
묘령의 두 여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는 독자들로부터 편지나 전화를 꽤 많이 받는 편이다. 내가 쓴 글을 좋아한다는 단순한 내용으로부터 성문제에 대한 상담 요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편지나 전화가 계속 온다.
나는 최대한 성의를 내어 엽서로라도 답장을 보내고 긴 전화상담에도 응해주는 편인데, 그러다 보면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하지만 내 몸뚱어리는 하나이고 독자는 많다 보니 일일이 다 만나줄 수가 없다.
하지만 아주 간절하게 요청하면 이따금 만나주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대상은 아무래도 여성독자일 경우가 많다. 그건 역시 내가 오래전부터 몹시 외롭게 지내는 형편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자의 목소리가 특별히 예쁘다든지, 말하는 품이 교양이 있어 보여 스토킹을 당할 염려가 없어 보인다든지 하는 경우,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여성독자와 약속을 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
-본문 중에서
현대판 ‘전기소설’의 실험,
현대 판타지의 원조를 만나다
『미스터리 두 여인』은 모두 아홉 편의 이야기가 연작 형태로 연결되어 각 작품의 독립된 내용 사이에 유기적 관계가 이루어지도록 배열되어 있는『광마잡담』의 두 번째 이야기다.
『광마잡담』은 ‘전기소설(傳奇小說)’ 양식의 현대적 적용, ‘사소설’ 기법의 도입, 그리고 ‘가벼움’의 서술미학 실험 등 몇 가지 면에서 작가의 창작 의도를 뚜렷이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우선 이 소설은 우리의 전통소설 양식인 ‘전기소설’을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김성수 문학평론가에 따르면, 우리 소설 전통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서구의 문학과는 달리 주제나 형식면에서 대체로 ‘가벼운 소설’에 그 정서적 기초를 두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 작가가 전기소설적인 형식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시도하려는 의도는 지나치게 이념 일변도의 ‘무거운 주제’만을 ‘무겁게’ 다루고 있는 우리 문학의 한 경향에 대한 비판적 실험이라는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그 자신의 문학이론에 대한 입장, 즉 동양문학론에 기초한 문학의 이해 방식과도 상통한다. 그것은 ‘상징’에 관한 이론서 『상징시학』에서 그가 강조한 바와 같이, ‘재현적 입장’으로서의 문학관보다는 ‘표현적 입장’으로서의 문학관을 가지고 있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광마잡담』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전기성’은 ‘가벼움’의 서술미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