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어 이야기의 주인공은
왜 모두 다 암컷일까?
인어를 가지고 재밌는 얘깃거리를 만든 작가들은 얼마든지 많다.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 공주』가 되겠고, 그다음으로 유명해진 것은 몇 년 전에 우리나라에서 개봉된 미국 영화 <스플래쉬> 같은 것이 될 것이다(나는 그 영화를 보며 여배우 ‘데릴 한나’의 백치미에 홀딱 반했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의 동화작가 강소천(姜小泉)도 『인어』라는 동화를 쓴 바 있고, 『아라비안나이트』에도 인어 이야기가 꽤 많이 나온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모든 인어 이야기들이 ‘암컷 인어’만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어란 것이 정말 존재한다면 반드시 수컷 인어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인어 이야기의 작가들은 모두 암컷 인어만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인어 이야기를 쓴 작가들이 거의 다 남자들이었다는 점이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 ‘여자의 풍만한 유방’을 강조하려고 암컷 인어를 내세울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본문 중에서
현대판 ‘전기소설’의 실험,
현대 판타지의 원조를 만나다
『야한 인어 이야기』는 모두 아홉 편의 이야기가 연작 형태로 연결되어 각 작품의 독립된 내용 사이에 유기적 관계가 이루어지도록 배열되어 있는『광마잡담』의 첫 번째 이야기다.
『광마잡담』은 ‘전기소설(傳奇小說)’ 양식의 현대적 적용, ‘사소설’ 기법의 도입, 그리고 ‘가벼움’의 서술미학 실험 등 몇 가지 면에서 작가의 창작 의도를 뚜렷이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우선 이 소설은 우리의 전통소설 양식인 ‘전기소설’을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김성수 문학평론가에 따르면, 우리 소설 전통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서구의 문학과는 달리 주제나 형식면에서 대체로 ‘가벼운 소설’에 그 정서적 기초를 두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 작가가 전기소설적인 형식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시도하려는 의도는 지나치게 이념 일변도의 ‘무거운 주제’만을 ‘무겁게’ 다루고 있는 우리 문학의 한 경향에 대한 비판적 실험이라는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그 자신의 문학이론에 대한 입장, 즉 동양문학론에 기초한 문학의 이해 방식과도 상통한다. 그것은 ‘상징’에 관한 이론서 『상징시학』에서 그가 강조한 바와 같이, ‘재현적 입장’으로서의 문학관보다는 ‘표현적 입장’으로서의 문학관을 가지고 있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광마잡담』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전기성’은 ‘가벼움’의 서술미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